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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신전의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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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Temple of Boom
2022.11.22-2023.10.1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이미지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제공

Installation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Sean Fenne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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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비율과 조각 장식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의 정체성과 예술성, 민주주의 및 문명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인류 문화유산이다. 그리스 최고의 건축가 익티노스(Iktinos)가 설계하고 칼리크라테스(Callicrates)가 시공한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를 섬기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기원전 447년에 시작된 대공사는 15년 후에 완료되었고 건축물이 2,000년 이상 보존되도록 정교하고 굳건하게 만들어졌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숱한 풍파를 겪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로마 가톨릭 성당으로, 투르크족의 모스크로 변형되는 등 여러 시대에 걸쳐 그 용도와 형태가 바뀌었고 그리스 정부에 의한 대대적인보존이 이루어지기 전인 1970년대 이전까지 도시 국가들의 패권 다툼, 군사적 공격, 화재와 문화재 약탈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왔다.

안타깝게도 건물 중심과 신전 내의 조각상이 파괴되어 본 건물의 일부만 남아있지만 파르테논 신전은 여전히 고전주의 최고의 건축물이자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파급력 있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의 건축을 논할 때에도 자주 등장하는 파르테논 신전의 영향력은 이번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이하 NGV) 건축 공모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Sean Fennessy


런던 서페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과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의 PS1 Young Architects 등 유명 미술관들이 진행하고 있는 건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한 ’NGV 건축 공모전(NGV Architecture Commission)’이 어느덧 7회째를 맞이했다. 멜버른의 중심지이자 미술관의 상징적인 장소인 그롤로 에퀴셋 가든(Grollo Equiset Garden)을 활성화하고 호주의 젊은 건축가들을 장려하기 위해 2015년에 처음 시작된 NGV 건축 공모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 공모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록 특정 기간에만 설치되는 일시적인 건축물을 설계해야 하지만 참가자들은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환경을 고려한 작품과 관람객 지향적인 작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친환경 건축 재료를 사용하여 도시를 빛낼 아름다운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 동시에 다수의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장소로서의 건축 공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공공미술 작품을 창조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Sean Fennessy



건축, 디자인 그리고 공공미술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틀을 하나로 합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접수된 가운데 2022년 NGV 건축 공모전은 아담 뉴먼(Adam Newman)과 켈빈 창(Kelvin Tsang)의 <Temple of Boom>이 선정되었다. 기존의 공모전에서는 건축가(혹은 건축 스튜디오)만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건축과 현대미술이 협업을 이룬 작품이 선정되었던 2019년, 요니 스캐스(Yhonnie Scarce)와 에디션 오피스(Edition Office)의 <In Absence>와 마찬가지로 <Temple of Boom> 역시 현대미술을 품은 건축의 획기적인 사례를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현한다. 참고로 작품의 제목은 음악의 진동에서 착안해 지은 것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뉴먼과 창의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건축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멜버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에 의해 그 구조와 형태가 명확해졌다. 게스트 큐레이터로서 본 프로젝트를 기획한 토비 베나도르(Toby Benador)는 벽화 프로젝트, 그라피티, 페스티벌 등 공공 프로젝트에 있어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 매니지먼트사 저스트 어나더 에이전시(Just Another Agency)의 설립자답게 건축물이 거리 예술가들을 만나면 얼마나 다채롭게 변할 수 있는지 야심차게 증명해 보였다.

<Temple of Boom>은 지난 몇 달 동안 베나도르가 선정한 멜버른 예술가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e)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데이비드 리 페레이라(David Lee Pereir)는 자연의 형태를 화려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제 막 만개하려는 듯한 대형 꽃으로 신전 바닥의 중심부를 장식했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Sean Fennessy



식물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벽화가 만다 레인(Manda Lane)은 신전의 기둥을 감싸면서 타고 오르는 식물을 흑백의 라인 드로잉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시각적인 은유를 나타낸 것이다. 원근법을 사용해 색과 형태를 표현하는 드레즈(Drez)는 보는 각도에 따라 구성이 변화하는 컬러 그러데이션으로 신전의 기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샤넬 탕(Chanel Tang)과 앰브로스 레호렉(Ambrose Rehorek)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크리처 크리처(Creature Creature)는 그리스 신화의 환상적인 이미지와 아이디어에 영감을 얻어 페가수스, 히드라, 암피스바에나(신체의 양단에 머리를 가진 쌍두 독사), 케루베루스(그리스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 등을 대담하게 그려 넣었다.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아레사 브라운(Aretha Brown)은 대규모 공공 벽화 작업을 위해 직접 설립한 단체 키스 마이 아트 컬렉티브(Kiss My Art Collective)와 함께 신전 바닥을 채웠다. <Temple of Boom>의 생동감 넘치는 그라피티는 모두 그라피티 아티스트 척 메이필드(Chuck Mayfield)와 레시오(Resio)가 담당했다.



Installation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Sean Fennessy



한편 <Temple of Boom>을 디자인한 뉴먼과 창은 멜버른에 기반을 둔 소규모 건축 사무소 NWMN에 속해 있다. 지역 생태학에 주요 관심사를 둔 뉴먼은 도시 마스터 플래닝, 사회 주택 재생, 산업 디자인 및 제작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ARBV(Architects Registration Board of Victoria)의 일원이자 현재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은 NWMN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기술 책임자로 그의 관심사는 내러티브 기반의 건축 디자인과 이미지 제작이다. 건축의 역할에 관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는 그는 모나시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석사 스튜디오의 최고 학생상과최고 프로젝트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건축에서의 시간과 그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점차 활기차고 장식적으로 변하는 시간의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건축물과 그 정체성에 대한 관점이 진화하고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Temple of Boom>은 지속적인 문화적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르테논 신전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 현재까지 이어져온 최고의 건축물로써 인류의 문화적 등대로 확장된다. 현대미술과 건축의 성공적인 협업을 통해 과거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프로젝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언어이자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PA



Aerial view of the 
<2022 NGV Architecture Commission: Temple of Boom>
 designed by Adam Newman and Kelvin Tsang 
on display at NGV International, Melbourne 
from 22 November 2022 - 1 October 2023 Photo: NGV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면서 국내 매체에 호주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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