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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역사로부터 미래를 거래하는 미술관
Bourse de Commerce

a

France

Ouverture
-12.31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

파리의 2020년 12월 말, 코로나19로 문화행사가 멈춘 시점에 웅장한 한 건물 앞에 은빛 깃발이 들어섰다. 깃발은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의 새 미술관인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앞에 설치된 것으로, 18세기 대리석 건물과는 상대적으로 버들거리는 물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미술관의 퍼니싱 디자인(furnishing design)을 맡은 로난 & 에르완 부훌렉(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의 작업으로, 미술관 주위 공공영역에서 시각적 구심 역할을 한다.
● 심소미 콘텐츠 큐레이터·독립 큐레이터 ● 이미지 Bourse de Commerce 제공

Urs Fischer 'Untitled' (detail) 2011 Wax, pigment, wicks, steel Giambologna: 630×147×147cm Rudi: 197×49×69cm Chair: 116×78×72cm Additional chairs produced for the exhibition, 2020: Three-legged chair (Ethiopia): 94×75×64cm Airplane seats: 120×140×66cm Long back chair (Africa): 137×65×49cm Studded chair (Ghana): 100×55×62cm Sling back chair (Burkina Faso): 90×122×27cm Monobloc chair: 92×64.2×63cm ©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Photo: Stefan Altenburger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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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파리의 도시풍경과 조응하며 오스만식 건물 지붕에서 메탈 질감의 물성을 가져왔다지만, 이보다는 불투명한 창들, 세상을 관통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장막과 더 가까워 보인다. 대개 문화공간 앞의 깃발은 배너의 형식으로 거리에서 전시 홍보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깃발은 반질거리는 추상의 색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 어떠한 정보나 시각적 기호도 담고 있지 않다. 마치 인터넷의 매끄럽고 유동적인 창 하나를 도시 안으로 슬쩍 옮겨놓은 모양새다. 바람에 휘날리는 얇은 은빛 깃발은 아무것도 예고할 수 없는 팬데믹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내비친다. 메시지 없는 무색무취의 깃발은 불투명한 세계의 현주소를 투영한다. 이후 수개월이 지난 5월 26일, 프랑스 정부가 6개월 만에 문화 공간 개방을 허용하자 개관전 <우베르튀르(Ouverture)>에는 매일같이 관람객이 북적이고 있다.


파리의 한 중심 레알(Les Halles) 지역에 위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원래 18세기에 지어진 곡물 및 재화 상업거래소로, 여러 번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21세기 들어 사용이 중지된 역사적 유산이다. 예술가 380여 명의 작품 1만여 점을 소장한, 손꼽히는 세계적 컬렉터이자 프랑스의 두 번째 자산가인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미술관을 건립하려는 파리시의 계획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노 재단은 파리 근교에서 옛 르노 자동차 공장이 위치한 세갱(Ile Seguin)에 미술관을 오픈하려 했으나, 행정 절차의 계속된 지연으로 계획을 취소하게 된다. 이후 피노 재단이 추진한 첫 미술관은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에서 성사된다. 특히 베니스시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2005년 팔라쪼 그라씨(Palazzo Grassi), 2007년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로 이어지는 두 미술관을 성공적으로 개관했다. 무산된 파리 미술관 추진을 근교가 아닌, 시내 한 중심에서 성사시킨 인물은 현재 파리 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다. 옛 상업거래소 건물을 피노 재단에 50년간 임대해주는 조건인데, 시가 부르스 드 코메르스를 내준 것은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레알-루브르박물관(Musée du Louvre)을 잇는 문화적 축을 확장적으로 구축하기 위함이다.





Studio Bouroullec, Drapeau, december, 2020 

© the artist and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피노가 선택한 건축가는 이미 베니스에서 두 미술관을 디자인한 안도 다다오(Ando Tadao)다. 그는 베니스 역사상 외국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역사적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며 명성과 찬사를 받았다. 유럽의 저명한 건축가들을 두고 왜 또다시 다다오를 선택했을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파리에서 미술관 건축으로 유명한 이들을 떠올려본다면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의 프랑크 게리(Frank Gehry), 케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의 장 누벨(Jean Nouvel), 퐁피두센터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등의 건축가들은 독창적이고 충격적인 새 디자인으로 명성을 샀다.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건축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동시대적 시간대로 승화시키고자 한 피노가 왜 다다오를 선택했는지 논리적으로 납득이 될 것이다. 다다오는 건축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건축물이 가진 잠재력을 미래의 공간으로 이끌어내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해왔고, 이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방향성과 조응한다. “건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의 하이픈으로서 역할 한다”고 말한 그의 신념처럼, 다다오의 건축 작업은 은폐된 과거의 힘을 현재의 물성으로 구축하고, 그 시간의 견고함을 미래로 연결한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는 그가 복원에 있어 영감을 받은 18세기 원형 유토피아의 문법들이 돔 공간, 내부 링, 코폴라, 메디치 기둥 등 건축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건축공간과 관람객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끌어내는 것이 바로 개관전 <우베르튀르>다. 전시는 동선을 원형 공간(Rotunda)과 지상층 외에도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 지하 공간까지로 이끌며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에 걸친 통합적 시나리오를 이룬다. 가장 먼저 웅장한 돔 공간 아래로 시선을 사로잡는 밀랍 조각들은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작품이다. 돔 한 중심에 16세기 조각가 잠볼로냐(Giambologna)의 <사비니 여인의 납치(The Rape of the Sabine Women)> 레플리카(replica)를 두고 있고, 그 주변으로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 인물상과 뮤지엄 소장 의자, 비행기 좌석 등이 있다. 조각 내부에 설치된 촛불로 형상은 점차 타들어 가는데, 한없이 허물어지는 이 작업은 전시개막 후 두 달이 지나자 조각의 두상이 지상으로 추락하고 상반신은 처참히 녹아내리면서 소멸과 해체의 역사를 다룬다. 돔 공간의 천장을 둘러싸고 360°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벽화 아래에서 피셔의 작업은 견고함과 사라짐 사이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든다.




Bertrand Lavier <MBK (Peugeot 103)> 2020

 Hanging damaged moped, steel 150×80×80cm 

Collection of the artist © the artist / ADAGP, Paris 

2021 Photo: Aurélien Mole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갤러리2에선 데이비드 해몬스(David Hammons)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집단의 정체성과 후기 식민주의의 아이러니한 관계망을 하위문화의 흔적으로부터 재조직하고, 실린더형 건축공간을 따라 올라가면 위치하고 있는 갤러리3은 사진 전문 갤러리로서 정체성과 젠더, 전용의 의미에 주목해 사회적 신체로서의 젠더를 탐색한 미셸 주르니악(Michel Journiac)과 신디 서면(Cindy Sherman), 루이스 롤러(Louise Lawler)의 제도 비판적 사진을 비롯 미국 가부장적 역사에 대항한 세리 레빈(Sherrie Levine), 대중 소비문화를 전유한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작품을 다룬다. 사진 파트를 지나 2층의 링 공간을 전체적으로 이용한 갤러리 4, 5, 6, 7은 디지털 예술이 확산하고 있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전통적 매체로서 위상을 자랑하는 회화와 조각 매체를 다시금 강조해 보이며, 그 테마로 끊임없이 탐구되어온 주제 ‘인간’에 대해 질문한다. “디지털 이미지가 전적으로 대세인 시대에서도, 왜 회화와 조각에 신경을 쓰는 것인가?” 


먼저, 회화 전시의 시작점에서 스팅겔의 거대 회색조 초상화 3점은 포토 리얼리즘 기반의 작업으로, 사진에서 회화로 이행하는 데서 발생하는 기억, 자취, 인간의 아우라를 내비친다. 이 파트는 동시대 회화사에 중심적으로 자리해온 피터 도이그(Peter Doig),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뤽 튀망(Luc Tuymans)의 최근 초상 작업과 더불어 기성 회화의 역사에 도전하고 새로운 실천으로서 인종적, 계급적, 젠더적 차별에 맞서는 1980년대생 작가 플로리언 크루어(Florian Krewer), 신이 청(Xinyi Cheng), 클레어 타부레(Claire Tabouret), 토니오 오바(Antonio Oba)와 1990년대생 작가 쎄르 세르파스(Ser Serpas)의 작업을 비중 있게 다룬다. 돔 공간을 둘러싼 실린더형 건축 동선은 지상에서 끝나지 않고 도시와의 무수한 만남을 거쳐 지하 공간으로까지 이어진다. 




Sherrie Levine <After Russell Lee> 2016 

60 inkjet prints Each: 50.8×40.6cm Overall 

dimensions variable © the artist Photo: Aurélien 

Mole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미술관의 숨겨진 묘미는 지상과는 대조적으로 어둠이 차분하게 자리한 지하 공간과 이러한 감각을 시청각적 경험으로 매개하는 대형 오디토리움이다. 어둠의 고요와 적막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와 타렉 아투이(Tarek Atoui)의 작업으로부터 인간 무의식, 원시적 기원, 우주적 존재의 순간에까지 은밀히 도달한다. 어두운 공간의 낮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기계 건반으로부터 인공의 빛과 수증기가 퍼져 나오는 설치 작업은 위그의 <Offspring>(2020)이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소설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은 미지의 세계로의 이행을 ‘우발적, 생물학적, 광물적이고 물리적인’ 현실로서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또한 온도, 습도, 소리, 관람객 등 공간의 상황에 시시각각 반응하는 자동 기계는 에릭 사티(Erik Satie)의 선율 속에서 신경망적이고 우주적 감흥을 전달한다. 


지하에서의 휴식으로부터 나와 출구로 향하는 길에도 전시는 멈추지 않는다. 뮤지엄샵 옆 한구석에 있는 흰 벽조차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거대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감각이 향연하는 미술관 건축에서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비가시성’의 유머로 승부하는 라이언 갠더(Ryan Gander) 때문이다. ‘나는… 나는… 나는…(I… I… I…)’을 반복하는 기계 쥐 인형 작업은 영원한 루프에 갇힌 것 마냥 인간의 근본적 질문에 재치 있게 대응한다. 그렇게 미술관의 출구에서 나와 한참을 떨어져 뒤돌아보는 순간 발견하는 메디치 기둥(Medici column)의 빛 또한 우연은 아니다. 기둥의 꼭대기에서 멀리 신호를 보내는 이 인공조명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작업이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도말(René Daumal)의 미완성 소설에서 착안한 것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멈추지 않는 도전, 그 미완의 항해를 안내하는 등대처럼 파리 한 중심에서 반짝거린다. 




Ryan Gander <I… I… I…> 2019 Animatronic mouse, 

hole in a wall 19.4×24×28.2cm © the artist / ADAGP, Paris 

2021 Exhibition view  of <Some Other Life, RYAN GANDER>

 Esther Shipper Gallery, Berlin, 2019 

© Esther Schipper Photo: Andrea Rossetti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성지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매개하는 도시문화의 장으로서 파리에 개막했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미술관 앞에 있던 깃발은 현실을 반영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불투명하고 모호한 모습으로 흩날리는 이 깃발의 정체는 미완의 세계,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오늘날 미술의 선전포고이지 않을까? <우베르튀르>는 과거로부터의 무수한 도전과 실험을 이어받으며,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과 미래로 투사하는 그 첫 페이지를 열었다. PA  



글쓴이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로,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도시문화에 대한 비판적 개입으로서 전시와 공공프로젝트 및 연구를 해왔다. ‘제11회 이동석 전시기획상’(2018)을 받았으며, 디자인 큐레이터 어워드인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을 수상하였다. 올해 11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문화연구지 계간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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