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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_단색의 비밀과 그리기의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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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Park, Seo-bo
Ecriture
2014.11.6-12.20 파리, 페로댕 갤러리

“에크리튀르(ecriture, 묘법), 그건 롤랑 바르트에게서 차용한 것입니다!”
박서보는 그의 작품 제목 ‘묘법’이 ‘에크리튀르’라는 불어 낱말의 번역이며,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저서 『글쓰기의 영도(Le Degré zéro de l'écriture, Paris 1953)』에서 차용했다고 밝힌다.
● 심은록 미술비평가

Exhibition view of 'Ecriture' Galerie Perrotin, Paris November 6-December 20, 2014 Photo : Claire Dorn Courtesy Galerie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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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의 전시가 프랑스 최고 갤러리 중의 하나인 페로댕 갤러리(Galerie Perrotin, 이하 페로댕)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이제야 박서보는 오래 전에 바르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파리에 온 셈이다. 가장 앞서가는 동시대 작가들을 주로 초대하는 페로댕이 박서보를 초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오쿠이 엔위저를 비롯하여 많은 국제적인 미술 관련자들이 “팝아트가 세계적으로 군림하면서, 평면(회화)이 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단색화를 보니까 평면이 가야할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박서보를 비롯한 단색파의 회화가 미래의 그림스타일이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세계 미술계가 한국미술에 갖는 관심이 커졌다. 한국적인 현대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경향 중의 하나가 바로 단색화이며, 이를 이끈 중요 작가 중의 한 명이 박서보다. 마지막으로, 올해 6월에 열린 스위스 아트바젤과 10월에 있었던 프리즈 마스터스 아트페어에서 한국 단색화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단색화가 해외 주요 아트페어와 해외 컬렉터들에 의해 각광 받았으니 페로댕 갤러리스트의 안테나에 잡힐 수밖에 없었으리라.   




Exhibition view of <Ecriture> Galerie Perrotin, 

Paris November 6-December 20, 2014 

Photo : Claire Dorn Courtesy Galerie Perrotin  




단색의 비밀, 번역 불가능한 단색화


페로댕 갤러리의 메인 전시실에 들어가면 거무스름한 색의 작품들 <에크리튀르>가 벽에 걸려있다. 강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처음 보는 작품인데도 어딘가 익숙하며 편안하다. 유화 캔버스가 안료를 밀어내는 힘과 달리, ‘한국 한지’의 스며드는 맛이 신비로움과 깊음의 층을 시각화한다. 무채묘법 시기에, 박서보는 피에르 술라쥬(Pie rre Soulages)와의 2인전을 제안 받았다. 그는 단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는데, 술라쥬의 색은 아직 개념이 배어 나오는 검은 색이고, 그의 색은 거무스름한 자연색이기에 너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서보는 서양의 색이 이분법적인 접근 방식에 익숙해져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자연의 색은 ‘희끄무리한, 거무스름한, 노르스름한’ 표현처럼 뭔가 어정쩡한 느낌의 이것도 저것도 아니며, 동시에 이것이기도 저것이기도 한 포용적인 색이다. 예컨대, 옛날 시골에서 자란 박서보는 군불로 인해 연기의 그을음이 벽에 거무스름하게 생기는 것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 검정색을 만질 때, 정신적으로 손이 그 거무스름함 안으로 무한대로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바로 천자문의 첫 문장 ‘하늘은 검다(天地玄黃)’라는 말이, 하늘 혹은 우주가 ‘깊다’라는 의미인 것과 같다. 


단풍의 아름다움 덕분에 그의 작품이 무채묘법에서 유채묘법으로 바뀌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산을 온통 불태우는 듯한 빨간 단풍이지만, 바람이 불때마다 또한 햇볕에 따라 그 색이 변한다. 박서보의 그림도 부조와 같이 입체적이어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진노랑색, 노랑색, 연노랑색 등으로 변한다. 무슨 색이냐고 물으니까, “개나리 색”이라고 대답한다. “노란 색”인지 되물으니, “아니, 노르스름한 개나리 색”이라고 대답한다. 박서보는 거무스름한 색, 희끄무리한 색, 푸르스름한 색 등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색을 쓴다. “개나리 색”에는 노란 색도 있지만, 개나리와 어우러지는 햇빛, 바람, 그림자, 어쩌면 그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과 그 위를 맴도는 나비와 벌까지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마치 동양의 먹이 모든 색깔을 함유하는 것과 같다. 실제 그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색을 얻기 위해 무수히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래서 박서보는 그의 화폭에 때로는 두 개 이상의 색과 톤(tone)을 사용함에도 자연의 색이기에 마치 하나의 색(단색)으로 보인다. 


롤랑 바르트가 그랬듯이, 박서보도 언어와 기호에 상당히 집착한다. 위에서 색깔에 대한 명칭도 그렇지만, ‘단색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외국 작가들에게는 ‘모노크롬’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자신을 비롯한 단색파 화가들을 지칭할 때는 단색화라는 말을 사용한다. 박서보의 ‘단색’이란, 팔레트의 단색이 아니라 자연에서의 ‘하나의 색’을 말하기에, 그 안에는 무수한 색과 톤의 변화가 가능하다. 또한 단색기법은 서구보다 훨씬 오래 전에 동양에서 실천되어왔다. 이처럼 다른 전통, 철학과 방식을 지니고 있기에, 단색화를 ‘모노크롬 페인팅(Monochrom Pain ting)’으로 번역하는 것은 그 의미를 축소시킨다. 박서보가 한국말로 ‘단색화’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히 정확하고 정당한 표현이다. 지나친 친절로 ‘코리언모노크롬(Korean Monochrom)’이나 ‘코리언모노톤 아트(Korean Monotone Art)’와 같이 번역할 필요도 없다. 그 경우에는 서구에 혹은 미술사에 이미 존재하는 한 미술유형을 한국 화가들이 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번 페로댕 갤러리 전시를 위한 작품 캡션에도, 박서보는 서구인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고 늘 사용해 왔던 ‘화선지’나 ‘중국종이’라는 번역대신에 ‘한지’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고,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한국 한지’ 라고 표기했다. 이는 한국 젊은 후배들에게 상당히 좋은 귀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criture No.000105> 2000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130×97cm Courtesy Galerie Perrotin  




저자의 죽음


박서보는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긁어내는 무한 반복을 통해 농부가 논두렁을 갈듯이 수 만개의 선을 일구어 낸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반복된 행위에도 모든 선은 다 다르다. 옛날에 라파엘로나 미켈란 젤로가 그랬듯이 그리고 다수의 현대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조수들이 작품을 돕는다. 박서보는 자신의 손맛과 개성이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하기를 원하기에 이처럼 외부의 손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타인의 손이 계속 중첩되면서 ‘무명성화’(anonymisation)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바로 바르트의 ‘영도의 글쓰기’이며 ‘순백의 글쓰기’ 방식이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란 ‘글쓰기를 하지 않는 글쓰기(écriture sans écriture)’이다. 박서보는 그림을 그리면서 비우고 또 비워내어 ‘순수한 결여 그 자체’에 이르고자 한다. 이는 저자의 주관적인 개입이 없는 ‘순백의 글쓰기(그리기)’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0도의 그리기가 실행되었다고 해서, 관람객도 0도의 입장을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관람객은 그의 그림을 40도의 뜨거운 그림으로 해석할 수도 -10도의 추운 그림으로 느낄 수도 있다. 박서보의 그림을 보며 자연의 색이 주는 익숙한 인상 때문에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으며, 반대로 자연의 위대함에 두려움이나, 자연의 순수함에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 작가의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저자의 죽음’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시 한 번 서구의 모노크롬과 한국의 단색화의 차이가 드러난다. 말레비치의 모노크롬은 전통적인 그림에 반대하기 위해 구성적인 요소를 깨끗하게 지워버렸지만, 그 지운 자리에 작가의 개념이 가득 채워지는 근대주의적 발상을 기반으로 했다. 반면에 한국의 단색화는 오히려 저자의 죽음이 전제되었다. 그래서 박서보의 건축도면과 같은 완벽한 드로잉과 비교해 볼 때, 회화의 마티에르는 제멋대로 살아나 작가의 의도를 흔들기도 하며 저항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박서보는 이제서야 바르트가 사랑하고 마지막 숨을 내쉬었던 도시에 와서 그의 콘셉트를 차용한 값을 갚게 되었다. ‘순백의 글쓰기’는 바르트가 평생에 걸쳐 추구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의 한 화가가 바르트가 염원했던 순백의 글쓰기(묘법)를 이뤄낸 것을 보았다면 얼마나 신기 했을까? 바르트는 ‘나는 타자가 아프다’라고 했다. 타자를 그의 몸의 일부처럼 느껴 아프다는 의미다. 만약, 그가 박서보의 도록 서문을 썼다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의 작품이 아프다 !’(J’ai mal à son oeuvre d’art!)  




<Ecriture No.960728> 1996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195×162cm Courtesy Galerie Perrotin




글쓴이 심은록은 충북 제천 출생으로 1998년 도불했다. 2008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오감과 유용한 진리(Cinq sens et verite utile)」로 철학인문과학 박사 학위 취득했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초청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미술비평가 및 예술부 기자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비왕자의 새벽작전—오토니엘의 예술세계』(ACC프로젝트, 2011), 『내 머리 속의 섬』(재미마주, 2012),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아트북스, 2013), Daniel Buren·Marc Sanchez·Sim Eunlog, 『et al. Daniel Buren Les écrits 1965-2012』(participation/ Volume 2: 1996-2012. Paris: Flammarion,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2013), 『양의의 예술, 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현대문학,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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