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
Origin | Made in Korea |
‘아트바젤’의 갤러리 선정 기준은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 나 있다. 말인즉슨, 아무나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기에 ‘검증된’ 이들만 나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채로 한번 걸러진 갤러리들이 힘들게 얻은 자리인 만큼 제일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들로 들고 나왔다. 그 덕에, ‘아트바젤홍콩’에서는 날고 기는 작가들의 작품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반면, 새로이 아트 씬에 뛰어든 신진 예술가들을 보기 힘들다는 점은 페어의 아쉬움 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갤러리는 상업성을 띄는 공간이기 때문에 소위 말해 판매가 입증된 작품들을 가져와야 안전 노선을 걸을 수 있다. 유명 예술가들이 모두 모인 축제 자리에, 신진 작가를 위한 자리도 있어야 할 터. 이런 아쉬 움은 참신한 재능으로 무장한 떠오르는 동시대 예술가들을 위한 강력한 플랫폼이자, 그들의 작품을 마음껏 공개할 수 있는 쇼케이스 장인 ‘디스커버리’와 ‘앤카운터’가 채워주었다. ‘갤러리’가 단연 페어의 메인이지만, ‘앤카운터’는 주연 자리를 위협할 만큼 시선을 빼앗았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된16명의 작가가 오직 이번 ‘아트바젤홍콩’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으로 올해 2번째 알렉시 글래스-캔토(Alexie Glass-Kantor)가 큐레이팅을 맡았다.
Ushio Shinohara <Samurai Sword>
1967 Courtesy the artist and the gallery
“참여 작가들과 긴밀한 협업을 유지해 ‘아트바젤홍콩’에 좋은 결과물을 내게 되어 기쁘다”고 말할 만큼, 그는 작품을 공개하는데 있어 넘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작품 개수 또한 16점으로 제한해, 집중도를 높였으며, 부스 사이사이 설치된 거대한 규모의 ‘앤카운터’들은 주위를 환기시켜 줄 뿐 아니라 페어는 컬렉터와 갤러리만을 위한 축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모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축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곳곳에는 작품을 구매하러 온 컬렉터뿐 아니라 예술 자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페어를 보도하며 유행 ‘색(color)’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퍼스널컬러(Personal color), 컬러칩(Color Chip) 그리고 이런 컬러에 대한 표준기준을 제시하는 ‘팬톤(Panton)’이 급작스레 부채질한 컬러에 대한 관심은 점잖은 색부터 눈이 아리도록 화려한 색까지, 2016년 ‘아트바젤홍콩’을 컬러의 향연으로 물들였다. ‘색’과 직결되는 ‘단색화’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했다. 국내 갤러리뿐 아니라 해외 갤러리에서도 단색화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단색화는 한순간의 열풍이 아닌 입지 굳히기에 진입했다. 한편, ‘Spectrum Studio Oil Colours’의 컬러 목록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온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신작 <Colour Chart>(2015)를 포함, 적지 않은 작가들 이 ‘색상표’를 화면 전면에 내세웠다. 색이 캔버스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역사는 짧진 않다만, 색이 나열된 차트의 등장은 이제 ‘색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선호도가 더욱더 강해졌음을 짐작하게끔 한다.
Evan Nesbit Courtesy the artist and the gallery
한편 페어에 맞춰 진행되는 위성전시 또한 흥미진진하다.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아트인트리(ArtinTree)에 울리 지그(Dr. UliSigg)의 컬렉션으로 꾸려진<M+Sigg Collection: Four Decades of Chinese Contemporary Art>가 한창이었다. 쟝 샤오강(Zhang Xiaogang), 위에 민준(Yue Minjun), 장환(Zhang Huan),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등 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 는 작가들은 모르는 이름을 찾는 게 빠를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 는 예술가들이 총집합했다. 지금의 중국 예술을 있게 한 예술가 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명의 컬렉터가 예술 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지 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가 바젤 기간에 열린 것은 우연인지 필 연인지는 몰라도, 바젤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 설레었을 컬렉터들에게 지금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중국 예술가들을 발굴한 지그의 컬렉션을 공개함으로써 그의 안목과 컬렉터들이 지녀야 할 방향, 자세 그리고 예술가와 상생할 수 있는 관계 구축 방법 등을 제공했을 법도 하다.
Zao Wou-Ki <Untitled> 1963
Courtesy the artist and de Sarthe Gallery
홍콩은 ‘멜팅 팟(melting pot)’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동서양의 만남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인종적 개념으로 사용되는 멜팅 팟이기에 표현이 적절치 않을 수 있으나, 문화적으로 본다면 이 단어만큼 홍콩을 대변하는 표현이 없을 듯 하다. 본디 중국이었으나 오랫동안 영국 통치를 받으며 서양문물을 흡입하고, 1997년 중국 주권 회복으로 인해 다시 동양의 문화권에 들어선 홍콩. 그 백 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홍콩을 지배했던 서양문물이 가셨을 리는 없을뿐더러, 동양문물이 홍콩을 완전히 뒤덮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여러모로 과도기적 시기를 보내고 있는 홍콩은 말 그대로 ‘동서양의 교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시대 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 예술 씬에선 주제, 매체뿐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 또한 허물어지 고 있다. 동서양을 구분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것이 뒤섞 이고 있는 멜팅 팟이다. 이렇게 볼 때, 홍콩이야 말로 가장 현대 예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지역이 아닌가? 현대예술과 정체성을 같이하는 홍콩, 게다가 페어는 얌전히 걸려 간택 받길 기다리는 일반적 화이트큐브와 달리 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가장 살아있고 활기찬 공간이다. 앞으로 ‘아트바젤’을 어떻게 꾸려갈지 그 행보는 걱정할 일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