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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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 Made in Korea |
파리의 도시 삶을 묘사하며 자본주의의 미래를 들춰내는 영화 <플레이타임(Playtime)>. 왠지 제목을 상기시키는 재미있는 장면이 곳곳에 드러나지만 영화의 시선은 시종일관 우리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 도시에서 상실해가는 인간성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아이작 줄리언(Issac Julien)은 작품뿐 아니라 전시명까지도 이 영화의 이름을 차용해 전시 전면에 내걸었다. 그가 ‘플레이타임’이라는 제목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 안에는 어떤 메타포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간 자본주의의 실패와 그 폭력성을 사회 참여적이고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 본질적 모순을 반영해 미술계를 해부하는 작품을 제시한다. 흑인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하는 그에게 글로벌 환경에서의 자본주의, 이산과 이주 그리고 인종 및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 등 세계가 마주한 불안과 갈등의 단면은 작업을 지속해 온 모티브다. <플레이타임>(2014)을 관통하고 있는 중심 주제 역시 ‘자본’이다. 그는 노동과 자본, 돈의 흐름에 대한 비판을 세련된 영상으로 드러낸다.
<ECLIPSE (Playtime)> 2013 Endura Ultra Photograph
160×240cm ⓒ 아이작 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런던)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의 21세기 판 『자본론』을 70분간 펼치는 이 심미적 영상 포인트 중 하나는 ‘캐스팅’. 영화 <킹덤 오브 헤븐(Kinngdom of Heaven)>의 잉그바 에거트 시거드슨(Ingvar Eggert Sigur sson)을 비롯해 영화 <박쥐>의 메르세데스 카브랄(Mercedes Cabral), <화양연화>로 잘 알려진 장만옥까지, 아이작 줄리언은 이들의 시선을 통해 영화사에 나오는 다양한 장면을 등장시킨다. 한편, 그는 준비과정에서 사상가와의 공개 대담을 진행하고 이를 작품으로 엮어 제시한다. 사회이론, 정치경제학, 지정학, 문화변동론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와의 대담을 재편집한 독창적인 형식의 다큐멘터리 <자본론(Das Kapital)>은 <플레이타임>의 탄탄한 준비과정과 뒷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보여주어 깊은 탐구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 밖에도 2007년 작, <The Leopard>를 포함해 다채널 영상 설치와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적이고도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보여준다. 위기의 경제와 그 가운데 있는 ‘자본’,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의 문제를 읊듯이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는 2월 22일부터 4월 30일까지.
· 문의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02-6929-4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