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신’을 다각도로 조명해 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지독한 노동’이란 부제를 단 전시는 반복성, 수행성, 비합리적 목적성 등을 지닌 ‘노동’으로서의 예술적 행위에 대한 의미를 고찰한다. 종종 예술가를 생산성 없는 것에 몰두하는 현실성이 부재한 종족으로 바라보는 편견에 반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위해 신체적, 정신적 노동을 마다치 않는 그들의 면모를 선보인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시간은 곧 돈’이라는 개념은 예술가들에게는 거리가 다소 먼 얘기다. 누군가는 대가가 주어져도 쉽게 행하지 못할 고난도의 노동을 수많은 예술가는 단순한 물적 가치를 떠나 오로지 예술적 결과물을 위해 감수한다. 그들에게 있어 그 노동에는 분명, 단순히 물적 가치의 교환대상으로 정의할 수 없는 ‘+α’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스스로 ‘작업(work)’이란 표현을 사용해 상품 생산 행위로서의 노동과 예술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구별하는 예술가들. 이번 전시는 개념을 직접 구분 지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예술적 노동을 통해 작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예술과 삶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임선이 전시 전경
지루하게 반복되는 행위들의 묵묵한 흔적을 담는 작업, 몸을 혹사해 얻어내는 작업, 압도적인 혹은 미세한 규모의 작업 등 신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로서 탄생된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로 무수히 반복되는 행위를 한지에 담아 표현한 송광익의 작품으로 포문을 연다. 수백 장의 종이를 오려낸 조각을 다시 켜켜이 쌓아 인간과 문명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지형도로 표현한 임선이, 머리카락을 재료로 수공작업을 한 이세경 등 ‘노동’하는 9명의 작가를 6개의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사, 수집, 기록 등 하나의 작품을 위해 작가들이 겪는 심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 회화, 영상, 설치 등 3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의미 있는 노동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지난달 18일부터 5월 29일까지.
· 문의 소마미술관 02-425-1077